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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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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5-10-07
번역 권수연
글/그림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출판사 포레

『검은 선』『늑대의 제국』을 잇는
프랑스 스릴러 황제의 압도적 블랙 스릴러


‘프랑스 스릴러 황제’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신작 스릴러. 파리에서 일어난 극악한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면서 인간의 악과 그 악이 이끄는 욕망이 촉발한 연쇄반응을 악마의 기계장치 같은 섬세한 플롯과 방대한 스케일에 풀어놓았다. 고인류학, 심리학, 유전학, 정신의학 이론을 아우르고 중남미 역사의 아픈 이면까지 거침없이 파고든 이 소설은 “순수한 야만을 품은 보석 같은 작품” “지옥 같은 리듬과 다단하고 정교한 플롯”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전대미문의 연쇄살인과 자폐, 유전, 원시라는 미혹의 세 단서
“모든 정황이 우리를 시원의 뭔가로, 태고의 뭔가로 이끌고 있어.”

파리에서 원시의 식인 풍습을 모방한 엽기적인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여자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시체를 농완하고, 벽에 선사시대의 동굴벽화 같은 알 수 없는 기호를 그려놓았다. 접점을 찾기 어려운 난해한 몇 가지 단서만 남은 이 사건의 수사는 곧바로 미궁에 봉착한다. 낭테르 지법 수사판사 잔 코로바는 앙투안 페로라는 정신과 의사의 진료 녹음파일을 입수하는데, 밤의 자장가처럼 이를 흘려듣던 중 살인을 예고하는 노인의 불길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노인의 아들은 다중인격 혹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젊은 변호사 요아킴이고, 그 아들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파리 10구를 어슬렁거린다는 것이다. 잇따른 사건과의 연계를 의심한 잔 코로바는 다음날 노인의 예고대로 또다시 같은 수법의 살인사건이 벌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요아킴을 범인이라고 확신한다. 세번째 피해자는 34세의 여성, 선사 시대 인류의 모습을 정교하게 재현한 작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아틀리에에서 일하던 조각가였다. 잔은 요아킴 부자를 수사하기 위해 곧바로 앙투안 페로의 진료실을 찾아가지만, 노인도 아들도 의사도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원시의 제물을 연상시키는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 간호사와 유전학자와 조각가. 또한 용의자로 등장한 요아킴과 그의 아버지, 그리고 이 부자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정신과 의사…… 퍼즐을 맞춰가던 잔은 사건이 제시하는 세 가지 좌표(자폐, 유전, 원시)를 따라 정신과 의사 앙투안 페로가 서둘러 떠나간 니카라과로, 그리고 요아킴이 경고하던 ‘마네스의 숲’, 그 검고 어두운 혼령의 숲으로 악의 연쇄를 끊어버리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비밀을 품고 땅속에 잠든 사제와 사라진 소년
슬픈 역사와 비극의 무덤에서 꺼낸 진실


소설은 파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룬 1부와 잔이 요아킴 부자를 추적하면서 자폐와 유전, 원시의 연결고리를 찾는 2부, 앙투안 페로와 함께 사제와 소년의 비밀이 숨어 있는 숲으로 가는 3부로 구성되고, 그 무대는 파리에서 니카라과, 과테말라와 아르헨티나로 숨가쁘게 옮겨간다. 잔은 니카라과에서 수사를 진행하던 중 수십 년 전 과테말라에서 한 사제가 범했다는 식인사건에 대해 듣게 되고, 사건의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다시 국경을 넘는다. 당시 사제는 군부의 독재가 한창이던 아르헨티나의 숲에 버려져 야생에 길든 아이를 거두어 과테말라로 데려왔고, 이후 아이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을 시키며 사랑으로 돌보았다. 그런 그가 식인사건을 자신의 소행이라 자백하고, 군부의 고위 관료에게 이 소년을 맡기고 자살해버렸다. 죽기 전 그는 자신의 일기장을 무덤에 함께 묻어주길 원했고, 그렇게 비밀은 땅속에 봉인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일기장이 잔의 손에 들어온 순간, 사제가 죽음으로써 봉인하려 했던 무서운 진실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스스로를 반인반수로 몰고 간 노인과 그에게서 태어난 켄타우로스의 사생아 이야기, 그리고 이러한 괴물을 수없이 양산한 미친 시대의 무참했던 과거가 묻힌 그곳, 아직도 원혼 같은 산 자들이 떠도는 깊고 깊은 그 숲이 잔을 부르고 있었다.

치밀한 플롯과 프로이트적 사유,
실제 역사가 결합한 빼어난 지적 스릴러


『악의 숲』은 자폐와 유전, 원시에 관한 정보와 ‘아버지의 메커니즘’에 대한 프로이트적 관점을 비중 있게 풀어낼 뿐 아니라, 과거 남미의 군사정권과 일부 정치가의 만행을 폭로하고 시대의 격류에 휩쓸린 사람들의 고난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드라마틱한 서사 사이사이에 현실과의 긴밀한 접점이 보이는데, 예를 들면 아르헨티나 독재기에 빼앗긴 아이를 찾으려는 ‘5월 광장의 어머니들’ 이야기가 그렇다. 그들은 그 시절 잔인하게 고문을 당하고, 그곳에서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고문관의 손에 아이를 빼앗긴 어머니들이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 참담한 일은 실제로 벌어졌고, ‘5월 광장의 어머니들’은 삼십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매주 목요일 대통령궁 앞에서 군사정부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에서 그랑제의 작품들은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 최상위에 오른다.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평단에서는 “미친 스릴러” “마키아벨리적 플롯”이라는 평으로 그에게 굳건한 신뢰를 표한다. 그랑제의 작품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는 그의 작품이 범인 찾기와 화려한 액션으로 점철된 기존의 스릴러를 뛰어넘는다는 데 있다. 그의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벌어진 사건보다 그 뒤에 가려진 세계다. 파리의 터키 타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뒤에는 터키 범죄 조직의 비밀이 있고(『늑대의 제국』) 무호흡 잠수사가 저지른 연쇄살인 뒤에는 악의 심연에 탐닉하는 기자가 있으며(『검은 선』) 성가대 소년들이 부르는 천상의 노래 뒤에는 검은 역사의 음모가 얽혀 있다(『미세레레』). 그리고 이러한 섬세하고 생생한 세계 뒤에는 십여 년간 세계를 돌며 인간과 문명을 취재했던 작가의 치열한 저널리즘이 있다. 정보와 재미의 완벽한 균형을 추구하며 매번 새로운 충격을 선사하는 그랑제가 자폐와 유전, 원시, 중남미의 어두운 역사를 매개로 써내려간 이 소설은 프랑스 스릴러 고유의 비장미와 긴장감을 선사하는 수작으로 다시 한번 그랑제 열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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